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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uff/Comics

만화 : 붉은등 애가

by 7889 2022. 9. 19.

(2016년 글을 수정해서 재업로드)

 

완결, 전 15권

내용은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이 만화를 처음 보게 된 건 2015년 혹은 2016년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일본에서 이미 완결 난 지 몇 년 된 상황이었지만 한국어 정발본은 내가 알기로 없었고,

내가 이 만화를 봤던 사이트에서는 역자가 꾸준히 번역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아무튼 그때 이 작품과 더불어 몇가지 재미있는 작품들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추천받아서 쭉 보았었는데

그중에서도 이 만화는 각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최근에 번역이 완결되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정주행을 했다.

 

찌질하고 궁상맞은 남주인공이 양키(?) 스타일의 잘나가면서도 상냥한 면을 지닌

왠지 어딘가 있을법한 여자친구를 만나 연애하고 서로 좋아하다가 사귀게 되는 그런 스토리가

처음 볼 때는 여러모로 후루야 미노루(이나중 탁구부 등)가 연상되었다.

그의 작품들을 기본적으로 전부 다 2회독 이상 읽어봤을 정도로 좋아하긴 하지만

낮비 심해어 등등 이나중 탁구부 이후의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들은

내가 느끼기로는 만화의 스케일이 갑자기 커지는 부분이 어느정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소설적인' 스케일의 전개가 등장하면

'내 이야기인가' 하고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에 계속해서 온전히 몰입하기 보다는

약간 방관자적으로, 그저 하나의 이야기로서 그 만화를 보게 되는 그런 부분이 어느정도 존재했다.

한마디로 흥이 약간 깨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또한 후루야 미노루 작품 특유의 작품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중충한 분위기 또한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주인공들이나 등장인물들의 내적인 어두운 면이 부각되어 묘사되는 식이다.

물론 그런 다크한 느낌을 좋아하는 독자인 나로서는 취향요소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가끔 가벼운 마음으로 만화 몇 권 편하게 읽기에는

그런 부분들이 살짝 내키지 않을때도 있었다.

아무튼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들이나 그 외에 수많은 다른 만화들과 비교해서도

나는 이 작품만의 차별적인 장점과 매력을 느꼈던 부분이 있었다.

 

 

 

 

먼저 이 만화 '붉은등 애가' 는

찌질한 남주인공이 등장하되, 전체적으로는 밝고 촉촉한 느낌을 받았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힐링-파워 즉 치유력이 높다고 해야 하려나

그런 점에서 위에 길게 언급한 후루야 미노루의 찌질한 남주 나오는 만화도 좋아하고

'요츠바랑' 이나 '토끼드롭스(?)' 같은 힐링 계열의 만화도 좋아하는 나에게

이 만화는 말 그대로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인생 만화로 다가왔다.

 

 

 

다음으로는 작품에서 주로 그려내는 사랑 이야기가

흔히들 소년만화나 소설 등 흔하게 접해왔던 여러 작품에서 접해왔던

10대 중후반 학창 시절의 사랑 이야기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 나는 것도 새로웠다.

주인공들이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중고등학생이 아니다 보니

작품 내에서 사귄 다음에 진도를 빼면서 성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 같은 몇몇 요소들이

기존의 중고등학생을 다룬 작품들과 비교해 색다르고 신선한 맛이 있었다.

(비교 대상으로는 초속5센티를 비롯한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 등등, 뭐 학생 연애물이야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돈과 조건등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결혼 적령기 이후의

말그대로 성장이 정체된 어른들의 능숙한 사랑도 아니라

나이는 갓 성인이되 소년소녀 느낌의 낭만과 설레임 충만한 사랑을 잘 표현해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풋풋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는 게 이런 것일까?

 

 

 

그렇다면 이 작품이 남녀의 사랑 이야기뿐이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오히려 이 만화가 왕도적 성장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뭐 다른 흔한 성장물들도 안 그렇겠냐마는, 이 작품 속에서도 작중 인물들은

특정 지점에 정체되는 게 아니라 자의든 타의의든 끊임없이 성장해 나간다.

특히나 작품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사랑과 가족, 그 책임감에 의한 성장이다.

 

만화적/영화적인 스펙터클한 충격적 사건에 의해 인생이 휘말려 들어가고

그에 맞서 생존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지구를 지킨다거나 세상을 구해야 한다. 와 같은 대단하고 거창한 명분을 위해서

반드시 성장해야만 하는 이유와 환경을 강제로 부여받은, 그런 슈퍼히어로적 성장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현실적이고 생활적인 이유로 인해 한 개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들과 닮은 점이 참 많았다.

 

이를테면 철부지였던 고등학생이 아이를 가지더니 어엿한 가장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는 가정을 이뤄 놓고도 아내에게 도망 다니며 빚쟁이로 페만 끼치는,

수십 년간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과거를 반성하고 지난 오점과 옛사랑을 되돌리기 위해 성장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음악이라는 꿈을 위해 고생하며 성장하는 교과서적인 인물 또한 있다.

그래서일까? 남주와 여주는 물론 작품 속 조연 캐릭터들에게까지도 꽤나 공감이 갔다.

작품 속에서 그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그 캐릭터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게 되는 심정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은

중간중간 사랑과 성장의 장애물이 생기고 삼각관계를 통한 긴장의 고조는 있을지언정

작품의 정서 자체가 부정적인 늪으로 빠지진 않는다는 부분도 나름 합격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심각한 NTR 전개는 없다 이 말이다)

실제 현실이야 어쨌든, 최소한 이 작품 속에서는

성장하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결국 어떻게든 길이 열리고 

좋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아래 결말 스포주의)

 

 

 

 

 

 

 

결말 부근에 이르러 마침내 주인공 남녀는

혼인이라는 가장 심오한 결합을 이루어낸다.

청춘의 사랑을 위한 아름다운 찬가는 이로써 완결된다.

 

 

 

 

 

 

 

마치며

이 만화 '붉은등 애가'는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그 이상으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과장 없이 내 인생 만화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진지하게 만화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붉은등 애가' 한번 읽어보시라. 하고 이 작품을 추천해 줄 것이다.

결론은 이런 멋진 작품을 그려주신 '키라 타카시'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며 감사드릴 뿐이다.

 

 

 

 

 

 

 

한줄평 :

젊음의 성장과 사랑을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잘 그려냈다. 이들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평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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